중국은 APEC 기간에 미국, 일본과는 정상회담을 개최해 결과적으로 역내 주요 국가 중 한국만 쏙 빼놓은 모양새가 됐다. 브루나이, 피지, 페루, 멕시코와도 정상회담을 했지만 한국은 명단에 없었다. 양국 관계 개선의 동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 속에 연말 개최가 점쳐지던 한중일 정상회의도 지연되는 분위기다. 3국 정상회의로 물꼬를 튼 뒤 시 주석의 방한과 양국 정상회담을 연쇄적으로 성사시키려던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.
갈등을 지속해 온 한중 관계는 정부가 하반기 대중 외교에 공들이기 시작하면서 회복 기대감이 높아졌던 게 사실이다.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3국 협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이제는 중국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졌다. 한덕수 국무총리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시 주석과 면담하고, 시 주석이 먼저 “방한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”고 운을 띄우기도 했다. 양국 고위급 회담이 이어지며 탄력받던 협력 논의가 다시 가라앉는 듯한 분위기는 우려스럽다.
중국은 이런 양국 문제들을 놓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도록 한국과 정상회담을 비롯한 협력 논의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. 한국 또한 양국이 실리와 명분을 함께 챙길 의제를 정교화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. 이달 말 추진되는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등을 계기로 협의의 공통분모들을 찾아 나가야 한다.